좋은 기획서를 쓰고 싶다면 참고해야 할 나쁜 기획서의 4가지 예

    0
    446

    시리즈뉴스

    출처 <기획자의 노트>

    글쓴이 소개<기획자의 노트>의 저자 이성재

    SK텔레콤 브랜드매니저, (주)투더피플 대표이사, HS애드(전 LG애드) 부장을 거쳐 현재 대홍기획 전략솔루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SK텔레콤 NATE, 11번가, 모바일게임 브랜드, LG전자 국내 및 글로벌 TV, 스마트폰, 가전뿐 아니라 알바천국, 야놀자, 비타500, 동원참치, 기업은행, 신협, SK이노베이션, 롯데지주, 롯데 옴니채널 등 수십여 개의 브랜드 캠페인 기획에 참여하였다.
    나쁜 기획서에서 좋은 기획서의 기준을 찾는다

    출처Mnet <프로듀스 48> 방송분

    지난 수년간 서바이벌 오디션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심사평이었을 것입니다.
    초기 서바이벌 오디션의 심사평이 화제가 된 이후, 방송사마다 시청자에게 참가자의 노래 실력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심사평을 해주는 심사위원 모시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방송사는 참가자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예상 밖의 표정을 짓고 있는 심사위원의 표정과 참가자의 모습을 오버래핑하여 보여주고, 시청자에게 심사평을 통해 심사위원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려줍니다.

    시청자는 이 장면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미처 몰랐던 노래를 듣는 기준을 알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합니다.

    전략(기획)을 짜서 기획서를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기획서와 나쁜 기획서를 구분해낼 수 없다면, 나쁜 기획서를 보고 열심히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기획자일수록 화려한 PPT 디자인과 사진들, 빛나는 도형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기획서를 보면서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어떤 기획서는 내가 모르는 경영학적 지식이 즐비하고, 어떤 기획서는 인문학적 철학이 감동적인 스토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기획서를 어렵게 구할 때면 이제 자신도 그렇게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물론 디자인이나 차별적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긴 하지만, 좋은 기획서의 기준이 되지는 못합니다.

    출처SBS 방송분

    SBS 에서 한 참가자가 엄청난 기교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였는데, 심사위원인 박진영이 특유의 인상을 쓰며 “나 노래 잘해, 라고 부르는 것 같다”며 혹평을 했었죠.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기획서의 핵심을 놓친 채 기교를 흉내 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가끔 이렇게 기교로 가득한 기획서를 보고 선배들이나 임원들, 때로는 광고주나 클라이언트가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심사위원의 경우 경험상 기획서를 오랫동안 써 본 적 없이 심사만 해온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배들, 안목높은 클라이언트의 경우 좋은 기획서를 알아보고, 전략의 핵심을 간파합니다.

    놀라운 것은 기교 있는 기획서에 박수를 치던 심사위원들도 좋은 기획서가 섞여 있으면 선별해내고, 기교에 속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잘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막귀인 사람들도 감동하듯, 정말 잘 쓴 기획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획서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쁜 기획서의 기준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짧은 지식이나마 용기를 내 정리해볼까 합니다.

    좋은 기획서를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나쁜 기획서를 걸러내는 안목입니다. 어느 정도 기획서를 본 기획자들은 자신이 좋은 기획서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기획서가 훌륭한지, 그저 그런지, 형편없는지 구분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대학생들도 자신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획서를 구하면 ‘역시 선배들의 기획서는 훌륭해’라고 생각하며 따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다고 생각했던 기획서가 실제로는 문제가 많은 기획서라면 어떻게 될까요?

    ① 광고주의 OT 내용을 다시 풀어놓은 기획서

    어떤 프로젝트를 받으면 OT(오리엔테이션)를 받습니다. 그런데 OT 내용이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광고주가 자신들의 제품 특징과 시장 상황, 자신들의 고민을 압축해서 설명하기 때문이죠.

    광고주만큼 자신의 제품 이나 경쟁사 제품의 특징을 잘 아는 사람은 없겠죠? 그리고 그들은 매일 시장 상황을 통계로 보며, 어떻게 해야 시장에서 경쟁사 제품을 이길까 가장 오래 고민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해당 시장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고착화된 시각, 메이커적 시각에 빠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시장, 자신들의 브랜드를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광고대행사에 프로젝트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광고대행사는 이런 고민들을 간단한 OT 문서로 받고, 그때부터 시장 상황, 자사 및 경쟁사 제품 등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해한 것들을 다시 풀어 쓰기 시작하고, 광고주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할 때가 되면 광고주가 알고 있는 내용을 자랑스럽게 OT 문서로 축약해서 설명합니다.

    즉 새로운 관점과 철저한 소비자 입장에서 창의적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도출을 원했던 광고주에게 ‘우리는 당신들의 제품, 브랜드의 시장 상황, 경쟁사 제품 등을 이렇게 잘 알게 되었다!’라고 프레젠테이션을 해버리는 것입니다.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광고주가 막상 프레젠테이션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 이유는 프레젠터가 자신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놀랍게도 제 경험상 광고대행사 기획서의 70% 이상이 OT 문서를 다시 해부해놓고, 그 다음 장에 바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콘셉트를 뚝 떨어뜨려 놓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자신들의 기획서가 OT 내용을 해부해놓은 것임을 발견하고 잘못 썼다는 것을 캐치해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전략의 첫출발부터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② 경쟁 관점이 들어 있지 않은 기획서

    출처<SK 사랑을 향합니다.>
    출처<LG 사랑해요 LG>

    기획서에서 범하기 쉬운 또 하나의 오류는 바로 경쟁 관점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는 해당 브랜드가 해당 카테고리의 대표라 착각하고 해당 카테고리를 띄울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시장에서 압도적인 1등 브랜드인 경우 경쟁 관점을 무시한 채 해당 카테고리의 가치를 띄우기만 하면 됩니다.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 LG전자의 ‘사랑해요, LG’, ‘옳은 미래’, 두산의 ‘사람이 미래다’ 등 1등 브랜드 기업 PR인 경우 경쟁 관점 없이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이야기해도 됩니다.

    이런 경우 인문학적 지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해당 카테고리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만으로도 좋은 광고가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즉 해당 카테고리에서 나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경쟁사들도 비슷한 수준의 기획자들이 붙어 우리를 경쟁사로 바라보고 자신들이 어떻게 시장에서 좀 더 파이를 뺏어 먹을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시장에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경쟁 관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제품, 자기 브랜드의 특징만을 가지고 전략을 세우면 어떻게 될까요? 광고는 뜰 수 있습니다. 하지만 뜬 광고가 곧 좋은 광고는 아닙니다.

    경쟁 관점에서 ‘어떻게 말해야 소비자 인식 속에서 경쟁 브랜드들의 인식이 바뀌고 내 브랜드의 인식이 바뀌는가’가 중요합니다. 즉 경쟁사가 왜 저런 광고를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에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생각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혹시 ‘설마……’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에이, 당연히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우지. 나는 그렇게 하고 있어!’라고 확신하고 있나요? 그런데 기획서의 대부분이 경쟁사의 제품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광고를 하고 있는지 간단히 훑고 넘어갑니다. 이는 경쟁 관점이 녹아 있는 기획서가 아닙니다.
    진짜 경쟁 관점으로 접근했다면 경쟁사가 ‘어떠한 전략으로 왜 저런 광고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이 경쟁사 전략을 세운 마케터인 것처럼 설명하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백워드(backward)입니다. 즉 해당 카테고리의 경쟁사 광고들을 보고 왜 저런 광고가 나왔는지 경쟁사 마케터 입장에서 실제로 기획서를 써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짜 기획자라면 온에어된 광고를 보고 ‘와, 저 광고 진짜 창의적이고 기발하다’가 아닌, ‘와 지금 시장 상황에서 저런 광고를 하다니. 분명 이러이러한 전략을 세운 것이 분명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온에어된 광고들을 보며 왜 저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머릿속에 기획서를 바로 쓸 수 있다면 실제로는 그렇게 팔린 게 아니더라도 자신은 프로가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TV에 나오는 광고들이 어떤 전략하에서 나왔을지 머릿속으로라도 그려보길 바랍니다.

    ③ 광고주의 What을 그대로 풀어버린 전략

    대한민국 광고대행사가 빠지기 쉬운 오류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광고주의 말을 잘 듣는 것입니다. ‘엥? 광고주 말을 잘 듣는 게 문제야?’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이 말을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당연히 광고주가 하는 말은 중요합니다. 녹음을 해서라도 한 마디도 놓치지 말아야 하죠.

    그런데 문제는 ‘광고주가 무엇(What)을 말했는지’만 생각하고, 그 What을 그대로 전략으로 푸는 경우입니다. 중요한 것은 ‘광고주가 왜 (Why) 그 말을 했는지’입니다. 지금 그들이 왜(Why) 저러한 숙제를 내주 었으며, 근본적으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죠.

    실제로 광고대행사에서 광고주의 말을 잘 듣고, 그들이 말한 What을 잘 풀어왔다 생각했는데, 광고주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주가 진짜 원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말한 이유(Why)를 이해한 후, 고민을 해결해줄 새로운 관점의 What이었으니까 말이죠.

    출처<비타 500 CF>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광동제약 비타500 브랜드가 있습니다. 광고주는 비타500을 건강 음료(광고주의 What)로 포지셔닝하길 바랍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광고대행사에서 ‘비타500은 건강 음료입니다’라는 메시지로 광고로 만들어 가면 광고주가 만족할까요?

    그들이 비타500을 건강 음료 (광고주의 What)로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진짜 이유(Why)는 시장에서 비타 500이 점점 기능성 음료가 아닌, 단순한 기호 음료로 인식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타500이 건강 음료(광고주가 말한 What)로 인식되어 소비자가 비타민C의 항산화 기능성을 원할 때 비타500을 찾게 만들려면 새로운 What을 도출해야 합니다. 고민 끝에 대행사가 제시한 새로운 What은 바로 ‘나이’였습니다.
    광고주의 What → 비타500은 건강 음료다.

    광고주의 Why → 항산화 기능성을 원할 때
    소비자가 비타500을찾길 바란다.

    대행사의 What → 건강 음료 비타500의 항산화 기능성을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라고 말하자.

    ④ 광고주를 가르치려거나, 일방적으로 하나의 전략을 주장하는 기획서

    앞서 말씀드린 광고주의 What을 그대로 풀어버리는 오류와 정반대의 오류를 범할 때도 많습니다. 이는 반대로 광고주를 가르치려는 기획서입니다.

    하나의 전략 프레임을 가지고 이 마케팅 전략은 어떠한 이론에서 나온 것이고, 이 이론은 매우 효과적이며, 이 이론대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과거에는 광고대행사가 더 많은 마케팅 이론, 국내 및 해외 광고 사례 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이제 모든 마케팅 이론과 사례에 대한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사라졌습니다.

    안타깝게도 광고대행사가 전문성을 잃어버리고 과거보다 광고주에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대행사가 제시하는 이론이나 주장은 이미 광고주도 공부했던 것이거나 생각해봤던 옵션일 가능성이 큽니다.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광고대행사가 하나의 전략 프레임을 놓고, 이런 방법이 있었다고 가르치고, 이 방향대로 가자고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실 광고주는 광고대행사가 수많은 전략 대안을 펼쳐놓고, 이 중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금 상황에 맞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검토해주길 바랍니다.

    지금 시대에 하나의 전략이 무조건 맞기란 어렵습니다. 다양한 전략이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죠. 그 다양한 전략 중에 지금 브랜드의 상황 및 시장 상황, 경쟁 관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브랜드가 가야 할 방향은 이것이라는 것을 소비자 입장에서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MECE*를 이해해야 합니다. 기획자는 지금 상황에서 갈 수 있는 모든 방향을 검토하고, 하나하나의 방향이 각기 어떤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경쟁관점에서 해당 브랜드를 바라봤을 때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소비자 인식이 목표대로 바뀔 수 있는지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마케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단순히 하나의 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략 방향 중 어떤 방향이 옳다고 확신을 주느냐’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MECE :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약자로,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도 전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