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데이터 디지털로 관리 못하면 죽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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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매일경제 원문 l 입력 2019.11.26 04:04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 겸 CEO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드림포스 연례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세일즈포스]
    ‘이제 기업들은 출발선상에 섰다. 누가 먼저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빠르게 진화하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다.’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5일간 일정으로 열린 세일즈포스의 연례행사 ‘드림포스’ 이벤트가 던진 화두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세일즈포스는 기업들이 경영할 때 반드시 필요한 고객관리(CRM)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 매년 고객들을 중심으로 참석자들을 초청해 왔는데, 올해 무려 17만명이 몰렸다. 지난해 14만명에서 숫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해 온라인으로 시청한 이들은 1000만명에 이른다. ‘드림포스’ 행사는 공짜 티켓이 없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을 홍보하는 이벤트임에도 이처럼 많은 이들이 몰린 것은 그만큼 각 산업에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경영 효율화를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을 방증한다. 무려 1000만명이라는 시청자들이 전 세계에서 온라인으로 이 행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았다는 것은 각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종이 울린 것과 같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빨리 출발선에서 뛰어나가 디지털 전환을 선점하느냐의 싸움인 셈이다. 사실 ‘드림포스’ 이벤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처럼 많은 사람이 참가할 이유가 별로 없는 행사다. 일단 주최자가 일반 소비자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B2B 소프트웨어 회사다. 발표하는 내용 역시 세일즈포스가 내놓는 제품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룬다. 세일즈포스 솔루션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크게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드림포스’ 이벤트가 관심을 받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고객관리’라는 기업 경영 영역에서 시작해 전 산업에 걸쳐 개별 기업 내부를 확실하게 디지털로 바꿔주는 솔루션을 세일즈포스가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카트론’이라는 프랑스 스포츠용품 회사는 세일즈포스와 그 자회사 뮬소프트의 기술을 활용해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아마존고’와 유사한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었다. 고객들은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경한 뒤 재고와 가격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 만일 물건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한 뒤 들고나가면 된다. 물건이 없다면 스마트폰이 알아서 인근 매장의 재고를 찾아 집으로 배송해준다. 재고를 찾느라 점원 부를 일도, 결제하느라 줄을 설 필요도 없다. 아마존 때문에 두려움에 떨던 전통 산업으로서는 세일즈포스의 토털 솔루션이 방어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CEO는 “고객들과 기업 상담원이 1대1로 대화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이 우리(구찌)를 차별화해줄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일즈포스는 이번 드림포스 이벤트를 통해 자사 소프트웨어 활용성을 크게 강화시켰다. 먼저 콜센터에서 하루 수만 건씩 접수하는 음성데이터도 기업들이 분석할 수 있게끔 했다. 애플 ‘시리’가 세일즈포스의 모바일 앱에 연동됐고, 아마존 ‘알렉사’라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세일즈포스 제품에 연결됐다. 이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아마존 ‘AWS’ 등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세일즈포스가 가동될 수 있도록 연동 체계를 확립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MS와 아마존은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야 했는데, 세일즈포스는 그에 반해 소프트웨어만 개발해서 제공하고 있다”며 “사실 투자를 많이 한 MS와 아마존이 세일즈포스와 손잡을 이유가 없는데, 이처럼 협업이 이뤄졌다는 것은 세일즈포스 소프트웨어가 가진 위력이 예전에 비해 크게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세일즈포스는 이번 ‘드림포스’ 이벤트를 통해 B2B 소프트웨어가 딱딱한 것이 아니라 흥미롭고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을 참가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일예로 ‘드림포스’가 이뤄지고 있는 모스콘센터 북쪽 건물과 남쪽 건물 사이는 원래 차량이 다니는 도로인데, 드림포스 기간에는 이를 막아버리고 놀이동산 입구처럼 꾸몄다. 세일즈포스의 소프트웨어 제품은 모두 각자 캐릭터(예: 아인슈타인 등)를 갖고 있는데, 이들 캐릭터 모형이 행사장 곳곳에 배치돼 포토스폿을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드림포스의 핵심 요소는 행사 주최자인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멘토로 삼아 배웠다는 그는 과거 오라클에서 일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포용성을 상징하는 거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다 바꿔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하고 환경 문제, 기본소득, 인공지능(AI) 윤리성 등에 대해 진보적 담론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드림포스에서도 그의 자세를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었다. 세일즈포스가 미국의 국경을 관리하는 정부 당국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에 저항하는 행동주의자들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드림포스에 난입해 베니오프의 키노트를 막은 것이다. 그러나 베니오프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30초를 주겠다. 그 시간 내에 발언을 마치고 내가 키노트를 할 수 있도록 떠나줄 수 있겠나.” 시위자 발언이 끝나자 베니오프는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 그래서 그의 말을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 신현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