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전투”, 시진핑은 “전쟁”에서 승리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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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https://www.ajunews.com/view/20191107184342690

    어공은 초반전에 늘공은 후반전에 강하다?

    미중의 무역전쟁이 1단계 마무리에 들어서고 있다. 11월 중순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그간 개와 고양이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던 미중이 1단계 합의를 하는 것은 재선 출마를 앞둔 트럼프 지지율 하락이 단초를 제공했다.

    4년 임기의 트럼프 대통령과 헌법을 고쳐 주석의 임기조항을 삭제한 시진핑은 이번 무역전쟁에 임하는 전략이 서로 달랐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어공” 트럼프는 전투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고 “늘공” 시진핑은 전쟁에서 승리를 목표로 한다.

    전투에서 한번 이겼다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늘공 시진핑과 어공 트럼프는 입장이 다르다. 어공 트럼프는 단 한번의 전투에서라도 지면 바로 탈락이지만 늘공 시진핑은 첫번째 전투에서 지더라도 마지막 전투에서 이기면 된다. 그래서 미국은 13차례의 무역협상에서 강경일변도로 중국을 압박했지만 중국은 시간 끌어 버티기로 일관했다. 어공은 초반전에 강하고 늘공은 후반전에 강한 특징이 미중전쟁에서 나타났다.
    경제력, 기술력, 군사력의 모든 면에서 현재 실력으로 중국은 죽었다 깨도 미국을 못 이긴다. 1등 미국은 전략이 필요 없다. 그래서 힘으로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러나 힘만 세다고 싸움에서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씨름판의 천하장사도 상대의 업어치기에 당해 왕관을 내준다. 지금 천하장사 미국은 “힘”으로 밀고 있고 중국은 “시간”이라는 전략으로 상대를 업어치기 할 수를 노리고 있다. 4년임기 대통령과 종신임기 주석의 전략차이다

    미국이 중국을 좌초 시키기 위한 두가지 전제조건

    부상하는 2위국가를 죽이는 대 미국은 이력이 난 나라다. 70년대 소련이 부상하자 미국은 우주전쟁, 감세전쟁을 18년간 벌여 소련을 좌초 시켰다. 80년대 일본이 뒤를 이어 부상하자 미국은 1985년부터 무역전쟁, 환율전쟁을 10년간 벌여 좌초 시켰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무역으로 시비 걸고, 기술로 목 조르고 금융으로 돈 털어갈 심산이다. 미국은 중국의 무역흑자를 빌미로 보복관세를 때리고 이란과의 불법거래를 핑계삼아 ZTE, 화웨이, 중커슈광 등의 중국 IT기업에 반도체판매를 금지시키고, 환율조작국지정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흑자는 줄어들기는 커녕 더 늘어 났고, 반도체판매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애국심 마케팅에 힘입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는 상반기에 24%늘었고 이에 힘입어 매출액도 23%증가했다. 그간 13차례 협상을 했지만 뚜렷한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1985년에 플라자 합의로 일본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 좌초 시켰던 미국의 파워는 왜 중국에는 먹히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일본과 중국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이 쓸 수 있는 칼은 많지만 정작 중국을 단칼에 쓰러뜨릴 필살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이 중국을 좌초 시키려면 첫째 공화당 정권이 3연속 집권해 10년이상 지속될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일본을 좌초 시키는데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0년이 걸렸고 1981년부터 1992년까지 공화당이 12년간 집권하면서 일관되게 일본 죽이기에 올인했기에 가능했다.

    만약 공화당의 트럼프의 재선이 물 건너가면 중국제재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민주, 공화당의 입장이 모두 같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 오바마는 중국을 “프레너미(Frenemy)”, 친구이자 적으로 대했고, 공화당의 트럼프는 명확히 “적(Enemy)”으로 적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유력대선주자 바이든은 중국을 “적은 아니다(Not Enemy)”라고 했다. 지도자별로 정당별로 입장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둘째는 유럽의 동의를 얻는 트럼-플라자합의를 끌어 내야 한다. 1985년 일본과 플라자합의 때에도 유럽이 동의하는 바람에 일본의 환율을 절상 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경제력과 리더십은 1980년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모든 면에서 약화되었다. 유럽의 동의없이 중국을 제재해 봤자 중국이 유럽과 협력해 미국에 대항하면 중국을 좌초 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무역전쟁, 관세전쟁 중이고 심지어 NATO의 방위비분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요청에도 유럽국가들은 시큰둥해 있다.

    11월 미중 협상타결은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에 불과.

    11월중순 미국과 중국이 1단계 합의를 미국의 농업지역 아이오와주에서 서명할 가능성이 높다. 표심에 목숨 건 미국 트럼프의 표심 잡기에 중국이 못이기는 척 협조하는 형국이다. 중국상무부 대변인은 미중이 1단계 합의를 한다면 양국이 부과한 관세를 같은 비율로 철폐하자고 운을 떼었다. 트럼프는 표심을 잡고, 중국은 실리를 챙길 셈이다.

    그러나 재선 표심 잡기에 몰린 트럼프의 1단계 합의는 미중 문제의 본질적 해결과 거리가 멀다.이번 합의는 종전이 아닌 정전일 뿐이고 2단계, 3단계가 남아 있다. 인도는 빠졌지만 미국의 보호주의에 맞선 중국의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의 타결은 중국의 전략상에서 승리다. 선거 앞둔 트럼프, 지지율에 따라 대중국 전략이 왔다 갔다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향후 1년간 미중관계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변수다.
    고약한 것은 강대국이 싸우면 약한 나라들을 줄 세우기 하는 것이다. 중국의 RCEP의 타결에 당장 미국이 우방들에게 인도-태평양전략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에는 “원숭이를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杀鸡儆猴)”라는 말이 있다.

    미중의 1단계 무역협상타결, 한국은 좋아할 일 아니다. 미중의 줄 세우기에 닭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강대국은 절대로 주변 약소국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 대국은 자기 갈길 가는 것이고 작은 나라는 미리 예측하고 먼저 가서 기다려서 국익을 취하지 못하면 당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의 피해는 더 커진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는데 한국이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지키는 고슴도치 정도는 되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아직 누구도 선두주자를 가리기 어려운 혼돈의 시기다. 그래서 한국은 4차산업혁명에서 절대 헛발질하면 안된다. 미국도 중국도 함부로 하지못할 3차정보혁명시대의 반도체 같은, 4차산업혁명에서 핵심기술을 하나 빨리 만들지 않으면 한국은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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